좋은꿈

fix 2012. 6. 10. 09:06
어제 HOUSE 달리다가 잠들었는데 꿈을 아주 요상하게 꿔버리고 말았다. 내가 능력만 있으면 이 꿈을 소설로 풀어내련만 애석하게도, 애석하게도...ㅣㅅㅎ..

김종현이랑 김기범이랑 같은 병에 걸린고야. 백혈병, 뭐 암. 등등 난치병 정도. 어릴 적부터 증상이 있었던 병이라서 둘은 병원에서 알게 되었고 나이가 들면서 어느 정도 극복이 되었다고 진단 받아서 둘다 퇴원을 해서 안 만나게 되었는데 나중에 김기범이 재발하게 된거임. 꿈이 여기서 시작됨.

울먹거리는 엄마 조용하게 담담하게 달래면서 집에서 가방을 이것저것 싸고 이번에 가면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뭔가 자신을 남겨둘 일기장 같은 것도 챙기고 여튼 마음이 존나 착잡하지만 애써 밝은 척함. 그리고 아파서 항상 집에서는 금이야 옥이야 길러졌기 때문에 혼자서 병원에 있는다는게 어쩌면 좀 독립? 죽기 전에 혼자 있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예감도 들어서 소풍가는 것마냥 들뜸. 어차피 죽어가는거야 예감하고 있었고 죽기 전에 볕잘들고 창문 큼 일인실에서 조용히 가고 싶다고 생각함. 꿈에서 김기범은 매우 청순하고 어른스러운 캐릭터였음. 우는 어머니도 달래주는.

병원에 들어서니까 정말 꿈에 그리던 일인실이었음. 볕도 잘 들어오고 병원치고는 포근한 그런 느낌의 병실. 그래서 좋아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김종현이 들이닥친거. 하복을 입고 있었는데 여느 소설에서나 그렇듯 넥타이도 껄렁하게 풀어 헤치고 껄렁껄렁 양애취처럼 들어와서 방 좋다~ 이러면서 김기범한테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함. 얼떨결에 재회에 당황하기 보다는 반가운 마음 반과 죽기 전에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

김종현도 병이 재발하려고 해서 병원에 온건데 애가 말썽쟁이라서 지 마음대로 교복 입고 학교도 갔다가, 학교가면 또 자기 아프다고 진단서 끊고 막 에구구구~ 애교 피우면서 도망다니고 그러고 있었음. 그날도 학교에 갔다가 그냥 재미없어서 병원으로 일찍 조퇴한건데 옆방에 김기범이 들어와있는거임. 애가 초롬하게 말라서는 앙상한 손모가지로 진짜 내 생이 마지막이라는 포쓰 풍기면서 가방도 존나 간단하게.

사실 김종현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음. 자기는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솔직히 상태도 그렇게 나쁜건 아니었는데 부모님들이 재발하려고 하니까 집어넣은거. 그래서 병원에서 막 혼자 몰래 담배도 피우고 옥상이고 정원이고 지 놀이터처럼 살고 있었는데 김기범이 오니까 이제 김기범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러고 있음. 그래도 매너 쩔어서 담배 피울때는 너 멀리 가있으라고 그러고 옥상이나 정원 같은데 예쁘고 남들 모르는데 데리고 다니면서 나름 하스피탈 로맨스를 시작함. 나름.

근데 김기범은 자기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사명감 그런 것 때문에 항상 아련아련함. 종현이가 뭘해도 가만히 웃으면서 쳐다보고 좋아하긴 하는데 더 다가올 생각은 안하고 있음. 사실 몸이 점점 더 피곤해지고 있는거임. 근데 김종현은 그것도 모르고 자기랑 같은 병이니까 자기만큼 아프겠거니 해서 애를 여기저기 끌고 다님. 그러다가 김기범은 중환자실로 가게 되는데 김종현은 그런 김기범이 중환자실로 실려간 것도 모르고 애가 없어졌다면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잘 놀아주던 간호사 누나들한테 애가 중환자실에 가서 누워있고 많이 약해진 상태라고 이야기를 들음.

그러다가 우연히 간호사들 카르테를 보게 되는데 예상대로 정말 김종현 저는 멀쩡하고 죽을 확률도 낮고 백혈구 수치같은 것도 정상에 가까운데 김기범은 진짜 시로토인 자기가 봐도 이상할 만큼 수치가 존나 다 이상. 김기범은 정말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던거. 그래서 김종현 멘붕. 왜 김기범만 아픈거냐고. 왜 김기범만 죽어가냐고. 자기가 김기범 목숨 갉아먹었던걸까 막 자학까지 하게 됨. 사실 애초부터 김종현보다 김기범이 악화된 상태에서 들어왔던건데 김기범도 김종현이 좋아서 무리해서 같이 있었던 것 뿐. 정해진 수순. 그래서 김종현이 멘붕을 겪으면서 막 괴로워 함.

여기서 꿈이 끝났다. 결론 없는 내 꿈. 결론도 보여줘. 오늘밤에 일찍 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