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x

수집병

다시월요일 2013. 6. 11. 01:27
요즘 다시 만화책을 모으고 있다. 다른 책도 물론 모으고 있지만 다시 만화책을 사는 것은 공식적으로 8년만의 일. 새로이 책을 구입하며 얼마전에는 보지않는 책과 CD를 죄다 정리했다. 팔 것은 팔고 다시 사야 할것은 목록을 정리하며 책장을 뒤적이는데 박희정 작가의 마틴앤존이 한권 나왔다. 이렇게 썩 좋은 작품을 다 모으지않았다니-, 아쉬워하면서 책은 전권을 소장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어쩌면 김종현과 김기범의 이름으로 백편이 넘는 마틴앤존을 그렸을 지도 모른다고. 수많은 세계와 시공간 속에서 반드시 사랑했던 마틴과 존처럼, 나에게도 그렇게 끝없이 좋기만 한 김종현과 김기범이 있었다. 팬픽은 캐릭터의 고착과 배경의 한계가 보통의 소설보다 좁고, 캐릭터 자체에도 애정이 없으면 금세 티가 나고 재미가 없기 마련이다. 또한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어 그만큼 클리셰도 많고, 독자들에게도 기본적인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있기에 소설 퀄리티도 기준치가 현저히 낮을 수도 있고. 굳이 내 소설의 등급을 따지자면 나는 삼류다. 철저한 캐릭터빨에다가 캐릭터의 고착, 클리셰 뭐 그런 고질적 문제들이 두루두루 갖추어진 그런 유치한 삼류작. 그래도 즐겁게 쓸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주인공이 김종현과 김기범이었기 때문이다. 박희정의 마틴앤존처럼 다양하고 싶었고 야마다 유기처럼 가볍지만 가슴에 폭 박혀 간질간질하고 싶었다. 정리하면서 후회가 되는것은 장편을 쓰지 못했다는 것. 이제 내가 상상하고 만들어 낼 김종현과 김기범은 거의 소진되었다. 데뷔 초에 상상할 여지가 많을때야 2차 가공이 쉬웠다고 해도 이제는 모두가 너무나 잘 알게 된, 더 이상 만들어진 캐릭터가 불필요해진, 그런 시기가 온 것같다. 자가복제 글들을 올려놓고 봐달라고 하기에도 웃기고. 여튼, 그렇다. 결론을 못내겠네. 야마다유기 같은 감성으로, 박희정 같은 이야기를 풀고 싶었다. 내가 보고싶은 김종현, 김기범이 잔뜩 들어간 유지한 자기위로 글들이었지만 망상 가득하게 글을 쓰던 그때에는 분명 신나고 즐거웠다, 정말. 새벽이라 감성감성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