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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 나의 봄이다

다시월요일 2013. 7. 21. 17:45
예전에는 현대물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리얼리티나 현대물보다는 고전물이 좋아졌다. 고전물도 너무 멀리간 것 말고 그냥 적당히 간걸로 일제시대 배경이나 한 70, 80년대도 좋다. 그러고보니 학생운동 시절에 관련된 소설은 잘 보지 못한 것 같은데 그쪽으로도 한번 보고 싶다. 대학 조차 안전한 곳이 아니던 때에 사찰 같은데 사는 고아 김기범과 학생 운동 하다가 숨어 들어온 김종현 같은 소재로. 고대 학생운동 최선봉에 서있는 김종현이 대업을 위해 경찰들을 피해 지리산 산 속에 있는 사찰로 들어갔는데 고아인 김기범이 사찰에서 살고 있는거임. 근데 김기범 아버지도 전쟁범 이런거에 희생자라서 속세라면 질겁을 하고 얽히지 않으려고 하는데 김종현은 점점 좋아지고... 이런거 써보고 싶은데 지식 부족으로 망.

여튼 그런거 막 망상하고 있자니 예전에 일제시대 배경으로 써놨던 소설이 생각나서 괜히 한번 뒤적여 봤다. 2년전에 쓴 소설이고 제목은 그대만 나의 봄이다. 반응은 별로 안 좋았는데 난 이런 소재 좋아하니까 쓸때 감정이입해서 열심히 썼던 소설이다. 해피엔딩 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도 그렇고 아련하게 끝냈던 것도 순전한 내취향. 물론 이런 종류의 소설이 언제나 그러하듯이 클리셰는 쩔지만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다 돌고 도는게 아니겠냐며. 

시대물이지만 딱히 김기범을 여리여리하게 쓴 것도 아니었고 김종현 대신 독박 뒤집어 쓰고 사는 설정도 좋다. 김기범은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아련 터지면 더더욱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 이므로 ... 다들 김종현 장가 보낼때 김기범 장가 보냈던 패기. 내가 예전에 썼던 걸 읽어보면 뭔가 손가락에 접신을 해서 위에서 망상한 시대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주말에 잠시 접해 보았지만 오글거리는 바탕체의 습격을 받고 조용히 민망하게 웃으며 뒤로가기를 눌렀다고 한다. 망상은 가능하오나 긴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애들 이미지도 내 속에서 너무 치우치게 된 것도 그렇고 팬픽은 이제 못 쓰겠다 싶었는데 레알 손가락이 굳었어요 (!) 사실 소설 쓰는 것만큼 애정이 넘실거리는 팬질도 없는데 말입니다.

“네가 종현이로구나.” 군데군데 까슬하게 껍질이 일어난 투박한 손이 아이의 작은 볼을 만졌다. 추위에 코 끝도 볼도 빨갛게 물든 통통한 볼은 훌쩍- 코를 마시는 아이와는 다르게 따뜻하다. 눈매가 제 아비를 꼭 닮았다. 동그랗고 끝이 쪽 째진 눈을 가지고 어릴 적에는 놀리기도 많이 놀렸다. 여우새끼 마냥 찢어진 눈이라고. 누구세요? 라고 묻는 아이의 입술은 말을 할 때마다 입술 끝이 말려 올랐다. 이것도 제 아비를 꼭 닮아 보는 것만으로도 눈가가 시큰했다. 이름이 김종현이지? 재차 묻자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아이에게서 또 제 아비가 보인다.

 2011.11.07 그대만 나의 봄이다.